Epiary_에피어리 - 너의 기억 (B♭ key) by Epiary_에피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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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어느 날

봄처럼 너는 내게 찾아왔다


스무 살

앳되고 어렸었던 우리가

그날의 온도, 바람, 공간, 설렘 같은 것들이

낯설게 느껴지던 시절


벚꽃 잎 가득 흩어지던 그때

처음, 내 마음이 누군가에게 향한다는 사실을 

너로 인해 알게 되었다


그날부터였을까

첫눈처럼 포근하게 내려온 너는

봄을 닮아 참 따스했고

그런 너의 향기에 취해

난 언제부턴가 봄을 그리워했다


너와 처음 만나던 날

수줍은 티 내지 않으려 애써 반갑게 인사하고

조금 망설이다 조심스레 너의 옆자리에 앉았다


새근새근 잠든 너의 얼굴을 몰래 훔쳐보고

푸르른 캠퍼스를 너와 함께 걸었다


낡은 식당, 늦은 점심을 먹으며

너는 내가 조금 편해졌는지

잔뜩 긴장한 내 앞에서

너의 이야기를 실컷 들려주었고

처음으로 웃음 짓던 네 표정을 보았다


낯설고 어색했던 사람들 사이로

갑작스런 너의 연락은 마치 선물 같았고

전화기 너머로 내 이름을 부르던 네 목소리에

온종일 가슴 두근거렸다


너의 존재만으로

매일 매일이 설레던

잊으려 해도 잊혀지지 않는

오월의 어느 날


시간이 흐르고,

그 이듬해 가을

"잘 지내"라는 말과 함께

그렇게 너는 떠나갔다


떠나는 널 애써 외면한 채

그저 끝없는 언덕길을 내려가며

울고 또 울었었다


터지는 눈물 속에 담긴 슬픔들은

끝내 아무 말도 하지 못한

나의 후회일까, 나의 미련일까


고이다 못해 맺혀버린 방울들은

좋아하는 널 앞에 두고

아무것도 할 수 없던 기억과 함께

그렇게 뚝뚝 떨어졌다


모든게 두려웠고

그래서 한없이 연약했던

나의 지난 어린 날들


아련함은 바람 되어 불어오고

그리움은 바다처럼 흩어질 때


너의 기억은

여전히 시들지 못하고

내 안에 남아

나를 아프게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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